“수익률 저조하자 나 몰라라” 작가들만 발 동동
‘황금알 낳는 거위 아니었네’ 대기업들, 웹툰 사업 발빼기 케이툰·위비툰 사업 종료설 솔솔…“수익률 저조하자 나 몰라라” 작가들만 발 동동 [제1381호] 2018.10.25 16:18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스토리|인쇄하기 [일요신문] “웹툰은 노다지다.” 기업들이 웹툰 시장에 뛰어드는 초창기까지만 해도 입에 달고 다니던 이야기다. 당장 웹툰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는 네이버와 다음이 웹툰만으로 거액의 매출을 올리는 것만 봐도 그랬다. 포털사이트라는 고정된 이용자와 유입률을 가지고 있던 이들 외에 단독 플랫폼인 레진코믹스까지 성공을 거두는 것도 미처 웹툰 사업에 뛰어들지 못한 대기업들을 자극했다. 사업 부진을 이유로 투자 축소 의사를 밝혔던 KT의 웹툰 플랫폼 ‘케이툰’. KT 측은 10~11월 사이 사업 운영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케이툰 제공 그러나 이처럼 성공 일면만 보고 무작정 사업에 뛰어들었던 비(非)문화콘텐츠 대기업들이 불과 2~3년 만에 발을 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심하게는 몇 개월 동안 ‘간만 보다가’ 독자나 작가들에게도 알리지 않고 사업을 접어 비난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웹툰 업계에서는 “업계의 생리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수익만 보고 뛰어들어 놓고서, 사업 부진을 모두 작가나 중개업체에 돌린 뒤 발 빼는 모습을 대기업이 직접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웹툰 업계를 가장 시끄럽게 한 것은 KT의 웹툰 플랫폼 ‘케이툰’이다. 기존에 있던 올레마켓웹툰을 리뉴얼해 2016년 출시한 케이툰은 대기업이 직접 공개적으로 웹툰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점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왔던 바 있다. 케이툰은 투니드엔터테인먼트로부터 웹툰 콘텐츠를 공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투니드엔터테인먼트는 케이툰 출시 당시인 2016년 KT가 직접 투자에 나섰던 스타트업 기업이기도 하다. 30억 원가량을 투자했던 KT는 투니드 측과 함께 글로벌 유통 플랫폼을 공동 조성하는 한편, 세계 시장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주목받아 왔다. 지난 4월에는 홍콩 란콰이펑 그룹 계열사인 란콰이펑 문화영화사와 웹툰 영화화를 위한 판권계약도 체결했다. 그러나 외부로 보이는 것만큼 케이툰의 내부 사정은 장밋빛이지 못했다. 지난 6월 KT가 직접 케이툰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KT는 투니드를 통해 작가들에게 운영비를 현재의 3분의 1로 줄이고, 작가들의 원고료를 폐지하는 대신 유료수익분배만을 지급한다는 계약 조건 변경을 통보했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웹툰 사업 부진에 대한 조치였다. 올레마켓웹툰부터 따지면 5년 만이었고, 케이툰으로 계산하면 고작 2년 만에 회사가 투자를 포기한 셈이다. 케이툰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웹툰·웹소설이 대부분 서비스 종료되고 있다. 사진=케이툰 홈페이지 캡처 당시 작가들의 극심한 반발에 부딪친 KT는 잠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사업 축소 검토에 대해서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라며 예산 감축 계획도 전면 백지화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는 앞선 ‘레진코믹스’의 소속 작가들에 대한 불공정 대우로 인해 웹툰 업계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졌던 때였다. 이 때문에 케이툰 작가들 사이에서는 “KT가 내부적 일방 통보로 문제를 종결하려 하다가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이 몰리자 눈치를 보는 것이지 이미 사업을 접을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들의 예측은 어느 정도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0월 현재 케이툰은 만화·소설 서비스 제공을 중단한다는 공지를 게시했다. 웹툰·웹소설이 아닌 출판 만화나 소설을 제공해 오던 서비스가 11월 15일부로 완전히 종료된다는 이야기다. 지난 6월 이후 다수의 웹툰과 웹소설도 서비스가 종료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KT가 지난 7월 야심차게 준비한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도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이 역시 운영 중단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이면서 문화콘텐츠에 문외한인 기업이 웹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본 사례는 이뿐이 아니다. 지난 6월 우리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웹툰 사업에 발을 담갔다. 웹툰 플랫폼 ‘위비툰’을 출시한 우리은행은 웹툰 콘텐츠를 이용해 모바일 고객을 모으고, 온라인 금융서비스와 핀테크를 강화해 나간다는 청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들의 희망은 ‘4개월 천하’로 끝났다. 서비스 4개월 만인 이달 초, 위비툰 내부에서 “서비스 종료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위비툰 역시 케이툰과 마찬가지로 웹툰 공급과 작가들을 관리하는 업체를 따로 둔 채 플랫폼만을 운영해 왔다. 해당 업체와의 계약 기간은 내년 초 종료된다. 이런 이유로 업체와의 계약만 무사히 해지된다면 우리은행 측은 소속 작가들에게 별 다른 배상을 하지 않아도 사업의 종료가 가능해진다. 당장 일할 곳이 없어지는 작가들만 대책 없이 길거리에 나앉게 되는 구조다. 우리은행이 야심차게 출범한 금융권 최초 웹툰 연재 플랫폼 ‘위비툰’은 사업 출시 4개월 만에 서비스 종료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우리은행 측은 위비툰의 사업 종료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이미 업계에서는 2019년 2월 웹툰 서비스가 종료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이에 대해 “정확한 일정이 잡힌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답변만 내놓았을 뿐 무엇 하나 구체화된 것이 없다. 당장 계약에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작가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웹툰 작가는 “지난해부터 웹툰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돼 왔었다. 레진코믹스나 폭스툰의 작가 보이콧, 계약 해지 등의 사태는 그런 문제들이 쌓이다 터져 나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 이런 플랫폼은 ‘중소기업이라서 제대로 된 운영이 되지 않았다’라는 방패라도 있었다”라고 짚었다. 이어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플랫폼은 대기업의 자본 위에 구축됐고 작가들도 대기업을 믿고 계약을 했던 것”이라며 “그런데 대기업들이 제대로 홍보나 투자도 하지 않은 채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얼마 안 돼 ‘돈이 안 된다’라며 곧바로 손을 떼는 모습을 보여줬다. 플랫폼의 안정성을 실험하기도 전에 ‘대기업도 포기하는 사업’이라는 꼬리표만 남지 않았나. 이런 상황에서 철저히 을이 될 수밖에 없는 작가들의 권리는 더욱 수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